- 그의 손끝에서 다져진 돌담은 처음에는 소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높아지고 길어지며 성벽의 형상을 갖추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매미성’이라 불렀다.
[대한기자신문,거제 여행기행 | 글/사진 = 이강문 기자] 거제도 바닷가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매미성은 거대한 석조 건축물있다.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치열한 삶과 숨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던 바닷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상처 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홀로 쌓아 올린 성벽은 단순한 돌담이 아니다.
매미성의 시작은 2003년 태풍 ‘매미’였다. 그해 가을, 거센 바람과 몰아친 파도가 바닷가 집과 밭을 쓸어가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이운동 씨는 절망 대신 곡괭이와 돌을 들었다.
바닷바람을 막고 다시는 그런 재해가 닥치지 않도록, 그리고 무너진 삶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는 언덕을 따라 하나씩 돌을 쌓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다져진 돌담은 처음에는 소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높아지고 길어지며 성벽의 형상을 갖추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매미성’이라 불렀다.
이는 재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인간의 집념을 기리는 이름이기도 하다.
오늘날 매미성을 찾으면, 단단히 맞물려 쌓인 돌들 사이에서 묘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저 풍경을 장식하는 돌이 아니라, 한 인간이 땀과 눈물로 쌓은 흔적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돌의 거친 표면 너머로 이운동 씨의 고단한 숨결과 불굴의 의지가 전해지는 듯하다.
성벽 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넓은 수평선이 과거의 고통과 오늘의 희망을 함께 품고 있는 듯하다.
매미성은 거창한 기념비가 아니지만,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자연 앞에서의 겸허함을 가르쳐 준다.
바닷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파도소리 속에서, 우리는 묵묵히 쌓아 올린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매미성은 그래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세운 작은 성전이자 삶의 교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