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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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꼼꼼히 준비물을 챙겨도,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대한기자신문 이도연(李道緣) 기자] 여행 가방을 꾸릴 때 우리는 무엇을 챙기는가. 설렘과 기대를 가득 채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상비약과 여벌의 옷을 더한다.

 

게다가 아무리 꼼꼼히 준비물을 챙겨도,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바로 날씨와 사람이다. ‘여행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날씨, 둘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누군가의 말은...

 

여행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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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씨다.

 

이는 여행의 배경이자 무대이며, 때로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쨍한 햇살은 풍경의 채도를 높여주고, 우리의 마음까지 선명하게 만든다.

 

요컨대 지중해의 코발트블루 빛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작열하는 태양 덕분이며, 스위스 융프라우의 설경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것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의 대비 때문이다.

 

또 비 오는 날의 일본 교토는 어떤가. 처마 끝에 매달려 떨어지는 빗방울과 젖은 흙냄새는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든다.

 

이처럼 날씨는 단순히 맑고 흐림의 문제가 아니라, 여행의 감성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연출가다.

 

우리는 날씨 앞에서 무력하다. 일기예보를 맹신하지만, 변덕스러운 자연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반한다.

 

폭우에 발이 묶이기도 하고, 잔뜩 낀 안개에 눈앞의 절경을 놓치기도 한다.

 

바로 그 예측 불가능성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며,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다.

 

카페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의 깊이를, 눈보라 속에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피어나는 유대감을 어찌 계획할 수 있겠는가.

 

결국 최고의 날씨란 햇살이 화창한 날이 아니라, 주어진 날씨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우리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둘째, 사람이다.

 

아무리 환상적인 풍경도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빛이 달라진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동행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좋은 사람과의 여행은 그 자체로 완전한 행복이다.

 

서로의 눈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같은 음식을 맛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소한 기쁨이 모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길을 잃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 말없이 서로의 지친 어깨를 다독여주는 배려다.

 

또 사소한 취향까지 존중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여행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곧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은 낯선 공간에 스스로를 던지는 행위이자, 동시에 관계의 민낯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상이라는 익숙한 울타리를 벗어나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서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소한 다툼으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힘든 상황을 함께 극복하며 더욱 돈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관계의 시험대이자, 진정한 동반자를 가려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고된 여정 끝에 마주 앉아 너와 함께여서 정말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결국 여행은 어디를 갔는가보다 어떻게 존재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또 한편으로 그 존재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날씨와 사람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인 날씨와, 관계라는 내밀한 영역을 아우르는 사람이 여행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훌륭한 여행이란, 변화무쌍한 날씨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유연하게 자신을 열어 보이고, 모든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

 

맑은 날엔 맑은 대로, 비 오는 날엔 비 오는 대로, 무엇보다 좋은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길을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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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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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모든 것...날씨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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