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선 수필가는 경남 함안 출생,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도시락 반찬
강상선/ 수필가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 듯 낙엽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교회를 세우겠다고 열심히 건물을 찾아 헤매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애처로움을 느낀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신실한 종들을 통해 이 땅에 수많은 교회들을 세우셨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나에게도 하나님의 경륜을 따라 방황하는 인생들에게 길이요 진리이신 예수님을 증거하여 새생명을 얻게 하는 교회를 세우게 하셨다.
장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동네 상가 건물 2층. 25평 공간을 보증금과 월세로 계약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몇몇 성도님과 더불어 예배가 시작되었고, 기도하며 가족의 힘을 모아 페인트를 칠하고 못을 빼내고 다시 칸을 만들어 사무실을 만들고 전기시설을 하고 장판을 깔고 커튼을 달고 해서 아담한 모습의 예배당이 되었다. 마치 우리 교회는 옛날 어린 시절 신발을 벗고 들어가 편안하게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방같이 무릎을 꿇고도 예배드릴 수 있고 아이들이 기어다녀도 안심할 수 있는 아름답고 편안한 교회이다.
특별히 교회 개척 초기에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도시락 반찬을 들고 전도할 때의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도시락 반찬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화요일엔 재료를 사고 수요일이면 정성을 모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락앤락 통에 넣어 어려운 자를 찾아가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한사람 한사람 찾아가 새가족 공부를 하게 되고 세례를 받게도 되었다.
그들은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집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에는 너무도 잘 살아가고 있지만 그 당시 교회 주변에는 소외된 자. 장애인. 독거노인. 어려운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방문할 수 없고 반찬을 함부로 드릴 수도 없는 것이 그들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동사무소 복지과로 찾아가 도움을 청하여 그들의 주소를 알아내고 방문하니 쉽게 접근하게 되고 도시락 반찬을 안심하고 드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도시락 반찬 제공을 10년 정도하였는데 코로나가 닥쳤다.
협의 끝에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나 일주일에 10개씩 만들어 배달하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첫 번째 장애인 부부 가정은 나라의 혜택도 받고 있지만 폐지를 주워서 생활하기에 도시락 반찬은 참말로 고맙게 생각하는 가정이다.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안 쓰는 물품이며 생필품을 챙겨드리고 주일이면 차에 폐지를 실어드리면서 교회로 인도하였고, 한 노인네는 검은 비닐봉지를 든 모습이 혼자 사시는 것으로 보이기에 따라가 반찬을 건네던 일이 있었다. 그 후로 할아버지는 고마움의 표시로 교회에 등록을 하시게 되고 성경공부도 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얼마나 기뻤는지 저분들을 돕는 일이라면 “결코 이 일을 포기하지 않으리’ 다짐하기도 했다.
복지사를 통해 소개받은 60대 김00, 반찬이 너무도 고마운 끝에 ‘목사님 추석에 지짐이 구워 드세요’ 하고 식용유 1병을 선물로 주셨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느 때는 낚시를 했다며 한 마리의 고등어를 들고 마중 나오라는 둥. 냉랭한 가슴에 사랑이 스며드니 ‘무엇을 드려야 하나’ 고마움의 표시였다. 무엇보다 수십 년을 교회에 다녔는데도 세례를 받지 못했으나 새가족공부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시키고 하나님을 알고 믿음으로 세례를 받으시고 눈물로 고마움을 표시하시는 모습에서 목회자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87세 할머니는 알콜 중독자 아들로 인하여 어두운 방에서 외출도 하지 않으시고 고민하며 살아가고 계신다. 몇 번을 방문하여 문을 두드리고 하니 열어주셨다. ‘할머니 저 하늘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것 보세요. 저 하늘에 해도 달도 별도 하나님이 창조하셨어요.’ 하나님을 소개하여 교회로 나오게 된 일은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저녁 해질 무릎 교회 앞에서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하는 말이 귓전에 울려 새해 첫날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오신 박00. 학창 시절에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며, 열심히 사랑을 전하니 성경을 배우며 수요예배까지 참석하는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갔다. 교회 다닌 후로 일거리가 많아졌다며 감사하시던 일들이 가슴이 벅차오른다.
골목길에서 ‘예수믿고 천국가세요’ 하고 전도를 하고 있을 무릎 오토바이로 김밥을 배달하던 60대 손00은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하는 메시지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었다며 교회를 나오게 되고 하나님을 믿게 되고 세례받게 된 것을 깊이 감사하였다. 교회를 잠시 마음 아픈 일로 쉬고 계셨던 분이 도시락반찬을 통하여 다시금 교회에 나오신 분은 오래도록 기억이 된다. 교회가 시작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눈에 들어온 것은 어려운 자가 많이 보였다. 생각 끝에 시작한 것이 도시락 반찬을 나누는 일이었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며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분들이었다. 매주 도시락 반찬을 통해 저들을 만나 고민을 나누며 성경 공부를 하면서 그들이 기뻐하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로서 사랑을 전하는 데 정성을 쏟으면 그들의 가슴에 뿌린 생명은 분명히 자라나리라 확신하며 열심을 내던 시절이었다. 도시락 반찬 나눔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생각지도 않은 기쁜 일들이 일어나 감사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많이 가진 자, 건강한 자는 생각지도 않겠지만 오히려 가진 것이 없기에 건강하지 못하기에 마음을 교회로 빨리 옮기는 것 같았다. 저들의 생활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도 취약한 자들이다. 부족한 나를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세워주심에 감사드리며, 내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약자를 섬기는 것이 내게 맡겨주신 사명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섬김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이란 얼마만큼 나를 낮추어야 하는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약력
경남 함안 출생,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