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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연태의 바람과 태양이 빚은 시간의 예술이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발행인] 중국 산둥반도의 동쪽 끝, 황해를 마주한 항구도시 연태(烟台, Yantai). 이곳은 오늘날 중국 와인의 고향이라 불린다. 그러나 그 명성은 단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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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태 와인이 세계적인 이름을 얻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사람들의 노력과 자연의 축복, 그리고 끝없는 도전의 기록이 있었다.

 

바다의 도시, 포도 향을 품다

 

연태는 위도가 프랑스 보르도와 비슷하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적절한 강우량은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 천혜의 환경을 알아본 이는 1892년 장위(張弼士, 장빙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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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양에서도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중국 최초의 와이너리 장위주조회사(張裕釀酒公司)’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연태장위(煙台張裕, Yantai Changyu)’로 이어지는 역사의 출발점이다.

 

그는 포도나무와 양조 기술을 유럽에서 들여왔다. 당시 장위는 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 포도 품종과 와인 장비를 수입했고, 프랑스인 기술자 레미 마틴(Rémy Martin)을 초청하여 본격적인 양조법을 배웠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서양식 와인 제조법을 동양의 토양에 접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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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를 넘어 생존과 재건의 길로

 

20세기 초, 중국은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들어섰다. 청일전쟁, 일본 점령, 내전과 혁명 속에서도 연태의 와인 산업은 명맥을 이어갔다. 그 중심에는 중국인의 자존심으로 와인을 빚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1930년대, 연태장위 와인은 국제 전시회에 출품되어 유럽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양에서도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놀라움이, 곧 찬사로 바뀌었다.

 

이 시기 연태 와인은 중국 내 고급 식당과 외교 만찬의 상징이 되었으며,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에는 국가의 대표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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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 와인 산업은 일시적으로 쇠퇴했다. 양조 장비가 파괴되고, 수입 기술이 끊겼으며, 포도밭은 식량 생산용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연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80년대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자, 그들은 다시 와인의 꿈을 일으켜 세웠다.

 

개혁개방 이후, 세계를 향한 재도약

 

1987, 연태시는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최초의 국제 와인 도시로 지정되었다.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와이너리들과 협력하며 현대식 양조 기술과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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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장위(Changyu)는 세계 10대 와인 생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태 와인은 중국 국내시장을 넘어 아시아, 유럽, 북미로 수출되었고, ‘동양의 보르도라는 별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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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2년 이후, 장위는 국제화 3단계 전략을 추진했다.

1단계는 전통 와인 강화,

2단계는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3단계는 해외 와이너리 인수였다.

스페인의 Marqués del Atrio, 프랑스 Château Mirefleurs 등 세계적 와이너리들과 협약을 맺으며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중국 와인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포도밭

 

오늘날의 연태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결정체. 포도밭에는 정밀 기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포도 수확 시기에는 AI 기반 숙성 데이터가 품질을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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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유네스코(UNESCO)는 연태를 국제 포도와 와인 도시 네트워크에 공식 등록했다.

이는 보르도, 나파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연태시는 매년 연태국제와인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와 와인을 맛보고, 포도밭을 거닐며, ‘중국 와인의 심장을 직접 체험한다. 그곳에는 단순한 산업이 아닌, 세대를 이어온 지역의 자부심이 녹아 있다.

 

세계가 인정한 이름, 그러나 여전히 진화 중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태 와인은 단순한 양조 산업을 넘어 문화·관광·미식 산업과 융합된 도시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연태장위 뮤지엄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박물관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2023,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캔더(Decanter)는 연태산() ‘장위 캐슬 시리즈아시아 최고 가치 와인으로 선정했다.

이 평가는 단지 맛의 문제를 넘어, ‘중국이 세계 와인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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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위에 피어난 현대의 품격

 

연태 와인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단순히 좋은 포도를 재배해서가 아니다. 그 속에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 장인정신, 그리고 국가적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1892년 한 청년의 꿈에서 출발한 작은 양조장이 이제는 세계 와인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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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태의 와인은 말한다.“시간은 최고의 양조자이며, 땀은 최고의 숙성제다.” 바다의 바람과 태양의 빛,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함께 어우러져 한 잔의 와인 속에 100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태의 와인은 단지 술이 아니다

 

오늘날 연태의 와인은 중국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존의 상징이자, 동서 문명이 만나는 교차점의 결과물이다.

 

그 향기 속에는 한 세기를 관통한 시간의 무게가 있고, 그 맛에는 인간의 끈기와 열정이 녹아 있다. 세계 와인 애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중국 와인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말한다. “연태의 와인은, 중국이 세계에 건네는 한 잔의 인사(人事).”

 

:사진 | 이창호 칼럼니스트 (대한기자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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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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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태 와인, 바다와 태양이 빚은 명성의 길...세계로 향한 한 세기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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