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생각하며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러나 변화는 삶에만 머물지 않았다. ‘죽음’과 ‘이별’의 방식까지 바꾸어놓았다. 과거에는 삼일장(三日葬)이 당연시되었고, 친척과 지인들이 조문을 통해 슬픔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의례였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로 인해 문상객이 급감하고, 장례 절차는 간소화되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함께 애도하는 문화’에서 ‘조용히 보내는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있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장례를 치를 사람조차 줄었다. 장례식장을 찾는 발걸음도 줄고, 대신 온라인 조문 서비스나 영상 추모가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았다. ‘비대면 애도’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경제적 여건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장례식장 이용료, 빈소 대관비, 식사 제공 등 장례 비용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하루 만에 장례를 마치는 ‘1일장’을 선택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정서적 부담을 줄이려는 실용적 선택이다.
이와 함께 주목할 변화는 장지(葬地)의 이동이다. 납골당에서 자연장으로, 화려한 묘역에서 소박한 숲길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죽어서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확산된 것이다. 국립공원형 추모 공원이나 수목장, 잔디장 등은 이제 새로운 장례의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생전 장례’라는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하고, 살아 있을 때 가족과 친구를 불러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죽음을 앞둔 의식’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생을 긍정하고, 이별을 미리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 사회의 죽음 인식이 한층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한국 장례 문화는 아마도 ‘소규모·자연친화·자기주도형’으로 재편될 것이다. 슬픔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추모하고, 화려한 의례보다 의미 있는 ‘작별의 순간’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품는 문화적 전환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결국 장례의 변화는 죽음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가 곧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장례 문화의 변화를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삶의 문화’를 다시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