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의 균형을 다섯 가지 맛(오미, 五味)으로 조화시킨다. 신(辛), 감(甘), 산(酸), 고(苦), 함(鹹) 이 그것이다.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건강닥토] 표고버섯(香菇, Xiānggū)은 중국 전통의학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산의 보배’로 불려왔다.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기운을 돋워주는 약식동원의 대표 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중의학에서는 표고버섯의 맛과 성질, 또 인체에 미치는 작용을 섬세하게 분석하여, 단순한 영양의 차원을 넘어선 ‘자연의 진정한 맛’으로 해석해 왔다.
중의학의 관점에서 표고버섯의 맛(味) 은 ‘감(甘)’과 ‘미(微)’한 ‘온(溫)’의 성질을 가진다.
즉, 달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어 비위(脾胃)를 보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고 본다.
‘감(甘)’한 맛은 몸의 진액을 보호하고, 기를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온(溫)’한 성질은 한기(寒氣)를 몰아내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따라서 평소 손발이 차거나, 피로가 쉽게 쌓이는 사람에게 표고버섯은 자연스럽고 완만한 보약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인체의 균형을 다섯 가지 맛(오미, 五味)으로 조화시킨다. 신(辛), 감(甘), 산(酸), 고(苦), 함(鹹) 이 그것이다.
표고버섯의 ‘감미(甘味)’는 기(氣)를 보하고, 위(胃)를 보호하며, 심리적으로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예로부터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표고버섯이 들어간 탕이나 죽을 권했던 것이다.
‘감’은 곧 ‘완화(緩)’를 뜻한다. 즉, 표고버섯은 자극적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깊게 몸을 회복시킨다.
표고버섯의 효능을 중의학적으로 풀면 보기익혈(補氣益血), 건비화담(健脾化痰), 강기양정(降氣養正) 으로 정리된다.
보기익혈(補氣益血) 은 기운을 돋우고 혈을 보충한다는 뜻으로,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에 도움을 준다.
건비화담(健脾化痰) 은 비장을 튼튼히 하고 체내의 습기와 담(痰, 불필요한 점액)을 제거하여 소화를 돕는다.
강기양정(降氣養正) 은 기운을 아래로 내려 안정시키며, 몸의 정기(正氣)를 기르는 작용으로 해석된다.
특히 표고버섯의 향(香)은 단순한 식감의 요소가 아니다.
중의학에서 ‘향기’ 또 기(氣)의 한 표현으로 본다. 표고버섯의 은은하고 깊은 향은 비위의 기운을 조화시키고, 울체된 마음의 기를 순환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표고를 먹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은 단순한 미식의 감상이 아니라, 실제로 기(氣)의 흐름이 안정되는 생리적 반응으로 해석된다.
표고버섯은 간(肝) 의 기능을 돕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간은 인체의 기혈 순환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분노나 스트레스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표고의 ‘감미온성(甘味溫性)’이 간의 울체를 풀고, 담즙 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피로와 긴장을 완화한다고 본다.
실제로 표고버섯에 함유된 에리타데닌(eritadenine)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현대 의학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표고버섯이 정신의 안정과 감정의 순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중의학적 기록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표고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백세에 이르러도 원기를 잃지 않게 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표고버섯이 단순히 영양식이 아니라, 마음의 평형을 지키는 자연약이라는 의미다. 몸이 따뜻해지고 기혈이 순환하면 마음이 밝아진다.
표고의 향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인의 식습관은 인스턴트식과 냉한 음식에 치우쳐 있다. 중의학적으로 보면 이런 식습관은 비위(脾胃)를 약화시키고, 체내 습담(濕痰)을 쌓이게 한다.
표고버섯은 이런 불균형을 완화시켜주는 자연 조절자다.
기름진 음식과 함께 섭취해도 담을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맛있으면서도 부담 없는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표고버섯의 ‘그 맛’ 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자연의 맛이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은 단백질의 풍미를 넘어, 자연의 에너지가 인체의 기와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표고의 맛이 ‘향기롭다(香)’고 표현된 이유는, 그 향과 맛이 인간의 오장육부에 따뜻한 파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표고버섯의 진정한 맛은 ‘달고 향기로운 온기’ 속에 담긴 균형과 회복의 철학이다.
표고는 우리에게 말한다. “자연은 늘 조용히, 그러나 깊게 치유한다.”
하루 한 그릇의 표고탕, 한 접시의 표고볶음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한 방울의 약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움: 이창호 국제중의사 겸 백세보감 저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