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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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위의 섬, 시간 위의 정원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한강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는 양화대교 중간 지점, 강물 한가운데에 조용히 떠 있는 섬이 있다. 이름하여 선유도(仙遊島)!

 

그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신선이 노닐던 섬이라는 뜻은, 이곳이 예로부터 한강의 풍류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공간이었음을 말해준다.

 

지금의 선유도는 양화대교 중간 지점에 접해 있는 한강 속의 공원이다. 그러나 이 섬의 역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한때는 서울의 상수도 시설을 담당하던 정수장이 있었고, 산업화의 상징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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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시간이 흘러 정수장의 기능이 멈추고, 버려진 시설들이 철거될 운명에 놓였을 때, 도시의 새로운 상상력이 이곳을 살려냈다.

 

정수장의 흔적을 남기고, 그 위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 공원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선유도공원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재생과 치유의 상징이라 불린다

 

곳곳에 남은 정수조 벽면에는 담쟁이덩굴이 드리워져 있고, 물이 고여 있던 공간은 연못이 되었다. 폐허 같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예술적 조형물처럼 변신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었다.

 

이 섬에 서면, 왼편으로는 마포의 빌딩 숲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선유교 건너 행락객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선유도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도시의 소음과 시간의 속도를 잠시 멈추게 하는 곳, 그것이 선유도의 진면목이다.

 

가끔 이 섬을 거닐다 보면, 콘크리트 벽에 스며든 습기와 그 위에 자라난 이끼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회복력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이곳에서는 버려짐되살아남으로, ‘기억미래로 변주된다.

 

선유도는 그렇게, 도시 속에서 조용히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누구든 이곳을 걸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사색하고, 지난날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다.

 

한강의 바람은 오늘도 선유도의 나무 잎 사이를 스치며 속삭인다.

모든 것은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있다.”

 

 

 

선유도에 관해 조금 더 관심 있는 분은 필자가 집필한 에세이 선유도 이야기e-Book으로 교보문고 등에서 만나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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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선유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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