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이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실질적 연대의 길
[대한기자신문=이창호 칼럼니스트]=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주제는 ‘모든 이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Resilient and Sustainable Future for All)’이다. 이 슬로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불균형 회복, 지정학적 긴장, 기후 위기와 기술격차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향한 새로운 국제적 연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좌표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이 주제를 구체적 협력의 프레임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중 양국은 이미 APEC의 핵심 회원으로서, 역내 공급망 안정, 녹색 전환, 디지털 협력 등 다자 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의 협력구조를 넘어선 ‘실질적 연결’이다. 한국은 첨단기술과 혁신산업을 기반으로,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제 APEC의 다자 무대는 이러한 상호보완성을 ‘회복력 있는 지역경제 생태계’로 확장하는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회복력’이라는 키워드는 한·중 협력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회복력은 단순히 위기 대응 능력이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양국은 팬데믹과 공급망 단절, 기후위기 등의 도전에 직면하며, 상호의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청정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이미 양국 모두에게 ‘공동 번영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APEC의 다자 틀 속에서 양국은 기술표준, 데이터 교류, 인적 교류를 포함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지속가능성’은 경제 협력의 질적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의 성장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환경과 포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의 탄소중립 기술과 중국의 대규모 녹색 인프라 구축 경험은 상호 협력의 좋은 기반이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공동 프로젝트,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의 연계, ESG 경영 표준의 공동 연구는 APEC 지역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를 넘어서, 동아시아가 세계 녹색경제 전환의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한편, ‘모든 이를 위한’이라는 문구는 포용적 성장의 가치를 강조한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속에서 기술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디지털 정부와 스마트 사회 구축에서, 중국은 인공지능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국이 APEC의 디지털경제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청년 스타트업 교류, 인공지능 윤리 규범 정립 등에서 협력한다면, 기술 발전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APEC은 단순한 경제협력체를 넘어, 지역의 평화와 신뢰 회복의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중은 지정학적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은 경제협력을 넘어 인문·문화·교육 분야에서의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 협력의 토대를 더 단단하게 만들 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적 공존 구조를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APEC이 지향하는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는 추상적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 실천과 상호 신뢰 위에서만 실현된다. 한국과 중국은 이제 ‘협력의 양’보다 ‘협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 기술·환경·인문이 융합된 포괄적 협력 모델을 통해, 두 나라는 APEC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실질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다가오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한·중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협력의 장이다. 세계가 분열과 갈등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지혜와 실천이 절실하다. 지금이 바로, 아시아에서 세계로 향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결정적 시점이다.
글/사진 :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