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올 시대의 APEC은 단순한 경제협력체를 넘어, 인류 공동의 번영을 모색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각국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을 때 비로소 아시아태평양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의 바다’로 거듭날 것이다.
(대한기자신문 / 이창호 칼럼니스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1989년 출범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APEC이 직면한 현실은 단순한 무역 촉진을 넘어선 복합적 도전이다.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기후 위기 등은 각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얽히게 만들었고, ‘자유무역’의 이상은 점점 협소한 국익의 논리 속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존의 경제’라는 새로운 화두는 APEC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공존의 경제란 단순히 경제성장의 이익을 나누는 것을 넘어, 경제의 과정 자체가 모두에게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해야 함을 뜻한다.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이 효율과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래의 경제는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통해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단지 이상론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기후변화의 파급 속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경제 시스템이야말로 위기를 견디는 진정한 복원력임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PEC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1개 회원국은 세계 GDP의 60%,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 협력의 실질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제조·기술·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한 분업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들은 단순한 경쟁 상대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협력자다. 따라서 포용적 성장의 미래는 ‘상생적 가치사슬’을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APEC이 그리는 포용적 성장의 핵심 축은 디지털 전환과 녹색성장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탄소중립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 협력은 회원국 간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포용성의 실제적 구현이다. 이는 단순한 사회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경제전략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중재자이자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단순한 산업 이익을 넘어, 다자적 협력 구조의 ‘가교(架橋)’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국이 가진 디지털 행정 경험과 교육·인적 자원 관리 시스템은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 디지털 경제’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공존의 경제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각국이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를 완화하고, 공동의 규범과 표준을 세워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 인공지능 윤리, 무역 디지털화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제도적 합의는 APEC의 신뢰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경제성과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구조적 합의다.
궁극적으로 APEC이 제시해야 할 비전은 ‘경쟁 속의 연대’다. 국가 간 이해가 충돌하더라도, 그 속에서 공통의 이익을 발견하고 조율하는 능력이야말로 다자주의의 본질이다. 그것이 바로 공존의 경제이며, 포용적 성장의 근간이다.
다가올 시대의 APEC은 단순한 경제협력체를 넘어, 인류 공동의 번영을 모색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각국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을 때 비로소 아시아태평양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의 바다’로 거듭날 것이다.
글/사진: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총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구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