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리더는 결과만 보지 않는다. “왜 못 했나?” 대신 “무엇을 새로 해봤나?”를 묻는다. “이번 시도에서 배운 건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실패는 끝이 아니라 ‘학습의 시작’이 된다. 사람은 그때 비로소 성장한다.
[대한기자신문 김민정 코치] 회사에 다니다 보면, 늘 성과가 먼저다. 보고서의 완성도보다 매출 수치가, 기획의 참신함보다 계약 건수가 중요하다. 회의에서는 “이번 분기 목표 달성률”이 먼저 언급되고, 칭찬의 기준 역시 숫자다.
조직은 당연히 성과를 중시한다. 그러나 성과에만 매달리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신호 하나를 놓친다. 바로 ‘과정 속의 성장’이다.
한 프로젝트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하자.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했고, 계약도 무산됐다. 조직의 기준으로는 실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고, 누군가는 협업의 방식을 바꾸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전에 없던 데이터를 축적했다면 그것은 정말 실패일까?
성과 중심의 문화에서는 이런 배움과 변화를 기록하지 못한다. 숫자에 가려져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노력, 태도의 변화, 관계의 진전 같은 ‘보이지 않는 성과’는 표에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성장하고 있으면서도 멈춰있다고 착각한다.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구성원들은 곧 자기 검열에 빠지고, ‘이건 성과로 안 보일 거야’라는 생각이 새로운 시도를 막는다. 실패의 리스크보다 ‘평가의 두려움’이 더 커지는 순간, 사람들은 안전한 길만 걷는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일하며, 주어진 틀을 반복한다. 그렇게 조직은 단기 성과를 얻는 대신 장기적 성장을 잃는다.
성과는 남지만, 사람은 남지 않는다.
커리어코칭의 시선은 다르다. 코칭은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성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어떤 ‘변화와 성장’이 일어났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코치는 이렇게 묻는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롭게 시도한 건 뭐였나요?”
“그 과정에서 당신이 끝까지 노력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협업 과정에서 발견한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들은 숫자에 가려진 ‘사람의 움직임’을 다시 빛으로 끌어낸다. 성과는 당장 눈앞에 보이지만, 변화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코칭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성장’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한 기업의 신입사원 K씨는 첫 대형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맛봤다. 밤낮없이 준비했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낙심한 그는 스스로를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라 단정했고, 팀 분위기 또한 무거워졌다. 그때 리더가 말했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많은 리더들이 “다음에 잘하자”라고 말하지만, 이 말은 격려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이번에는 잘못했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그래도 시도했다는 게 대단하다”는 한마디는 구성원에게 다시 움직일 힘을 준다.
좋은 리더는 결과만 보지 않는다. “왜 못 했나?” 대신 “무엇을 새로 해봤나?”를 묻는다. “이번 시도에서 배운 건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실패는 끝이 아니라 ‘학습의 시작’이 된다. 사람은 그때 비로소 성장한다.
리더십은 성과를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예술이다. 성과를 숫자로만 본다면 리더는 관리자가 된다. 그러나 과정을 바라볼 줄 안다면, 리더는 성장의 동반자가 된다. 리더가 먼저 구성원의 시도를 인정할 때, 조직 안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생긴다. 그 안전감이 혁신의 토양이 된다.
성과는 결국 과정이 쌓여 만들어진다. 과정을 무시한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성과만 남고 사람이 남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과정 속에서 성과가 따라오는 조직. 그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다.
결국 진짜 성장은 ‘성과의 결과표’가 아니라 ‘시도의 기록지’ 위에 남는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자산이 되고, 한 사람의 배움이 팀의 경쟁력이 된다. 숫자보다 과정을 보는 시선이 늘어날 때, 조직은 비로소 사람을 중심에 둔 문화를 만든다.
성과는 숫자이고, 성장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리더, 그리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는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조직은 강해진다.
당신은 지금, 성과를 쫓고 있는가.
아니면 성장을 향해 걷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