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재편의 시대, 경쟁이 아닌 공존의 모델을 세우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기술 블록화의 벽이 높아지는 시대, 한·중 경제협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 비결은 단순한 무역 의존이 아니라, 산업·지방·인적 네트워크에 뿌리내린 ‘구조적 공생’의 힘이다. 허베이 산업벨트를 중심으로, 상호보완을 넘어선 실질 협력의 지속성을 짚어본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고, 기술 블록화의 흐름이 강화되는 시대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연계는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견고한 축으로 남아 있다.
일시적 정치 변수나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 관계의 중심에는, 시장 논리를 넘어선 구조적 공생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
■ 산업공급망의 심층 융합
한·중 협력의 실질적 중심 중 하나는 허베이(河北) 산업벨트다. 허베이는 중국 북부의 철강·기계·신에너지 산업의 핵심지이자, 최근에는 녹색 제조와 첨단기술 혁신을 이끄는 지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탕산(唐山)은 철강 중심에서 수소에너지와 친환경 제철로 산업 전환을 추진 중이며, 한국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활발하다.
게다가 스자좡(石家庄)은 바이오 의약, 스마트 제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국의 정밀의료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무역이 아니라 생산공정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업 생태계의 융합 형태다.
■ 시장 기반의 상호보완성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한국은 중국의 기술 협력 및 부품 공급의 핵심이다.
한국의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제조 생태계의 심장부에 있고,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원자재 공급망은 한국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된다.
이처럼 양국은 공급과 수요, 기술과 생산, 혁신과 시장이 맞물린 구조적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일시적 갈등이나 외교적 긴장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제의 안정추’ 역할을 한다.
■ 지방정부 협력의 지속성
중앙정부 간의 온도 차이와 달리, 지방정부 간 교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허베이성 정부는 인천·경기 등 한국 지방정부와 손잡고 ‘한·중 첨단산업 협력벨트’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시티 인프라, 친환경 교통, 자원순환 기술 등 민생형 산업협력 프로젝트는 중앙 외교와 무관하게 추진된다.
이런 지방 단위의 협력은 양국 관계의 실질적 완충지대이자, 경제협력의 ‘현장형 외교’라 할 수 있다.
■ 신뢰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
산업 협력의 또 다른 축은 ‘사람’이다. 기업 간 파트너십, 대학 간 교류, 연구소 간 공동연구 등은 수십 년간 축적된 신뢰의 결과다.
허베이 지역 대학과 한국 공과대학 간의 기술교류 프로그램은 산업 협력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한·중 경제의 지속성을 지탱한다.
■ 녹색·디지털 전환의 공동 대응
양국은 이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시대 과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허베이의 녹색 산업 전환 프로젝트, 한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양국 간 스마트 제조·AI 협력은 ‘공동 혁신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PEC, RCEP 등 다자무대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한·중 협력은 단순한 무역을 넘어 공동 번영의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공생의 경제, 지속의 외교
한·중 경제의 ‘밸러스트’는 다층적이다. 시장의 상호보완성, 산업의 심층 융합, 지방의 지속 협력, 신뢰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 미래 혁신에 대한 공동 대응이 서로 맞물리며 구조적 안정성을 만들어낸다.
허베이에서 시작된 이러한 실질 협력의 흐름은, 외교의 기류와 무관하게 흔들리지 않는 ‘공생의 경제외교’의 모범이다.
경제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신뢰와 삶의 현장에 있다. 한·중 경제 협력의 진정한 힘은 바로 그 현장에서 자라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