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권대근 교수는 “글쓴이의 흔적이 담긴 수필에는 작가가 사무치게 갈구하는 명작에 대한 그리움의 숨결이 반영되어 있다. 글에 무늬가 있어서 멀리 가는 글, 그런 글을 꼽으라면 평자는 남정언의 수필 '기막힌 순간'을 뽑겠다. 남정언의 '기막힌 순간'은 올림픽의 환호를 글쓰기와 연결시켜 풀어낸 수작이다. 수필이란 어떤 글일까를 변용의 시학으로 잘 나타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직적 글쓰기의 원리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묘파하고 있는 이 글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뇌의 흔적과 고심했던 얼룩이 군데군데 배어나온다
[대한기자신문] 남정언 수필가(수필과비평작가회의)가 2018년 수필집 <그림책을 읽다>, 2021년 <숲, 섬을 열다>에 이어 2025년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세 번째 수필집 <기막힌 순간>을 지식과감성출판사에서 펴냈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대신대학원대학교)는 “글쓴이의 흔적이 담긴 수필에는 작가가 사무치게 갈구하는 명작에 대한 그리움의 숨결이 반영되어 있다. 글에 무늬가 있어서 멀리 가는 글, 그런 글을 꼽으라면 평자는 남정언의 수필 <기막힌 순간>을 뽑겠다.
남정언의 <기막힌 순간>은 올림픽의 환호를 글쓰기와 연결시켜 풀어낸 수작이다. 수필이란 어떤 글일까를 변용의 시학으로 잘 나타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직적 글쓰기의 원리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묘파하고 있는 이 글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뇌의 흔적과 고심했던 얼룩이 군데군데 배어나온다.
발단부는 '양궁'의 백발백중의 '텐텐텐'으로 시작해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총 균 쇠'를 '총 칼 활'로 구체화하고 다시 '사격 펜싱 양궁'으로 치환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글쓰기 메카니즘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몸풀기작업인 워밍업 단계에서부터 감탄사가 이어진다.
이 수필의 압권은 수필의 창작과정을 '총, 집중하기' '칼, 찌르기' '활, 솎아내기' 삼단 구조로 열고, 다시 열정기, 권태기, 성숙기로 변용한 데 있다. 라캉의 욕망의 3단계 상상계, 상징계, 실제계를 연상하게 하는 이런 전이 기술은 글쓰기의 험난한 여정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해 잘 보여준다.
수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나 제재의 단일화다. 하나로 모아진 결상에 집중해야만 수필이 된다. 그녀는 독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글쓰기의 그 어려운 과정을 사격에 비유하고, 권태기에 접어들었을 때 사격 선수의 눈빛을 보면서 권태로움을 극복했다.
'칼, 찌르기'에서 그녀는 글쓰기의 두 번째 단계를 '역동적으로 빨리 상대를 향해 정확하게 찌르는 선수가 승리한다'는 펜싱 경기 룰에 빗대어 "수필가도 검객이다. 주제에 맞는 적확한 단어를 찾아 문장을 다듬고 정확한 지점에 그 단어를 찔러 넣어 문맥을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전문검객이 되기 위한 전략을 세 단계로 정리한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빨리 쓰기도 필요하고, 독서 후 내 것으로 새기는 과정도 거치고, 사전을 찾고, 재빨리 단어와 문장을 매만지는 수고를 가뿐히 감수해야"만 전문 검객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솎아내기를 활쏘기에 비유하는데, "주제가 흔들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수없이 다듬어야 읽을 만한 글 한 편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신의 경지'란 어구는 솎아내기의 중요성을 극대화하는 말이다. 여기에 반성적 성찰을 더해 수필의 특성과 매력을 얹었다. '내 경우'로 시작되는 부분이다. 퇴고 과정을 고통스럽게 생각했고, 사유를 정리하는 과정을 소홀하게 여겼고, 글을 완성하려는 열정은 과하지만 성숙하게 다듬어야 할 시간을 권태로 여겼다는 그녀의 아픈 고백이 문장에 파란을 일으키면서 남정언의 수필론은 정언명제의 화살이 되어 수필시학을 정확히 관통한다.
문장에 파란이 없으면 여인에게 곡선이 없는 것과 같다. 수필은 담론층에서 주제를 잘 마무리해야 되는 글이다. 그녀는 결말부에 가서 수필을 총 칼 활에 빗대어 그 핵심을 잘 파악한 지금을 열정과 권태를 성숙시킬 수 있는 '기막힌 순간'으로 의미화함으로써 글쓰기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잘 녹여내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