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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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경쟁 속 실용외교의 시험대… 한중 관계, 경제·문화·평화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다

[대한기자신문=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2025년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한중 양국 관계에 있어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기술 분야 전반에서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양국 정상의 만남은 단순한 외교 행보를 넘어, 신뢰 회복과 협력 복원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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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이 APEC정상회의 개최 장소 앞에서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냉각기를 지나 다시 마주하는 두 정상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30여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로 관계가 다소 냉각기를 겪었다. 사드(THAAD) 배치 문제, 첨단기술 공급망 갈등, 글로벌 가치사슬의 분절 등 복합적 요인이 신뢰의 균열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에이펙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는 것은 바로 그 단절의 시간을 복원하는 행위다. 정상 간 대화는 언제나 외교의 최전선에서 상징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지닌다. 비록 긴장된 국제 질서 속에서 만남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지더라도, 대화의 창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관계의 미래를 밝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질적 의제, 경제협력의 재가동과 미래 산업 연계

 

한중 양국의 교역 규모는 여전히 세계 1, 2위 수준의 경제대국 간에 걸맞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다소 줄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산업 밸류체인의 핵심 파트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산업, AI·디지털 기술 등 미래 산업 협력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기술력과 제조혁신 역량을, 중국은 방대한 내수시장과 자원·공급망 기반을 지니고 있다. 상호 보완적 구조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실익에 부합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신질적 생산력(新质生产力)’ 전략과 한국의 첨단산업 초격차구상은 경쟁이 아닌 상호융합적 협력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술 표준, 친환경 인프라, 데이터 협력 등 실무적 연계는 동아시아 산업 생태계의 안정적 재편을 위한 핵심 고리다.

 

미중 경쟁 속 균형외교의 시금석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자관계 복원의 차원을 넘어, 한국 외교의 균형감각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 외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에이펙이라는 다자 무대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협력공동번영이라는 보편적 의제 아래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번 회담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외교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자 기회다.

 

한중 협력의 인문·문화적 기반 회복

 

경제와 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 간 신뢰와 상호 이해의 복원이다. 한중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관계를 넘어,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이웃 간의 인연 위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후 인적 교류가 크게 위축되면서 오해와 심리적 거리감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문화·학술·청년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상호 관광과 유학의 문을 다시 넓힌다면 양국 관계의 온도는 다시 따뜻해질 것이다. 특히 양국의 청년세대가 협력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형 공공외교의 복원이 절실하다.

 

동아시아 평화질서의 재구성

 

한중 정상회담은 단지 양국 간 이해의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구조적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한반도 문제,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지역 갈등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양국이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긴장 완화의 실질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한중 간 신뢰가 회복될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화 채널이 복원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한 행위자이며, 한국은 대화의 주도적 당사자다. 양국이 평화적 협력 구조를 모색한다면 동북아 안보 불안정성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실용적 신뢰외교의 복원

 

결국 이번 에이펙 한중 정상회담의 본질은 실용적 신뢰외교의 복원이라 할 수 있다. 대립보다 공존을, 경쟁보다 상호이익을 중시하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 수교 33, 이제 양국은 다시 한번 관계의 전환점에 서 있다. 외교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신뢰는 행동으로 증명된다. 이번 회담이 양국 국민에게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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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leechangho2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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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특별기고] APEC 한중 정상회담, 신뢰의 복원과 협력의 재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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