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21세기 국제 질서는 급변의 파도 속에 있다.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자국 우선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며, 인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속에서도 세계는 여전히 ‘하나의 지구’ 위에 존재한다. 인류가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면, 그 해답은 대립이 아니라 공존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인류 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 구상은 오늘날 국제사회에 던지는 가장 포괄적이고 철학적인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이 구상은 단순한 외교 슬로건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하나의 문명 담론이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가치적 방향을 제시한 시대의 제언이다.
‘인류운명공동체’란 말 속에는 인간의 생명, 국가의 이익, 그리고 지구의 미래가 서로 얽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지구는 하나의 마을이며, 어느 나라도 혼자 번영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 말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경제 불평등은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인류 운명공동체의 실천을 위해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정치적 상호존중, 경제적 상생, 안보의 공동체적 구축, 문화의 다양성 존중, 그리고 생태문명의 협력이 그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중국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도 녹아 있다.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국가 간 교류를 통한 상호발전, 즉 상생의 길을 추구하는 국제적 협력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구상은 ‘평화’의 가치를 그 중심에 둔다. 세계가 군사적 대립으로 흔들리는 지금, 시진핑 주석은 “평화는 인간의 가장 귀한 유산이며, 대화는 분쟁을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존중하고, 국제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철학이 자리한다. 한 나라의 부흥이 타국의 쇠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상호존중의 원리, 그것이 곧 인류 운명공동체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구상은 단순히 중국의 국가 전략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 방향을 성찰하게 하는 제안이다.
한반도는 대립과 냉전의 기억 위에 서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공동 번영의 동아시아’는 갈등을 넘어 신뢰로 나아가는 새로운 질서의 모색이다.
경제 협력뿐 아니라 문화, 환경, 인문 교류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협력의 장을 넓히는 것은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시진핑의 구상은 또한 문명 간 상호이해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그는 “하나의 꽃이 만개해 봄을 만들 수 없듯, 문명은 다양성 속에서 조화로울 때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는 서구 중심적 국제질서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시하며, 각 문명이 평등하게 교류할 수 있는 세계를 지향한다.
중국의 전통사상인 ‘대동(大同)’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지점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인류 전체의 화합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깊은 철학이 녹아 있다.
오늘의 국제 정세 속에서 시진핑 주석의 비전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도덕적 대안의 제시다. 글로벌 불평등, 생태 파괴, 디지털 격차 등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 앞에서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회복하자는 호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남남협력, 기후변화 대응, 보건협력 등 국제공공재 제공을 통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왔다.
물론 이 구상은 실천의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실에서 ‘공동체’의 이상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이상을 좇는 자들의 노력 위에서 진보했다. 시진핑 주석의 인류 운명공동체론이 제시하는 핵심은, 경쟁보다 협력, 배타보다 포용의 정신이다.
그 철학은 오늘날 국제사회의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접근이다.
지금 세계는 또 한 번의 문명적 갈림길에 서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으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불평등의 사슬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시진핑의 구상은 그 선택의 방향을 묻는다. “우리의 운명은 함께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그 물음 앞에서 각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넘어, 인류 전체의 미래를 사유해야 한다.
결국 인류 운명공동체는 평화의 철학이자, 책임의 윤리이며, 공존의 정치학이다.
시진핑 주석의 구상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새로운 질서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그것은 중국만의 구상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공동의 서사다.
세계는 지금, 분열의 언어가 아닌 연대의 언어를 필요로 한다. 그 길 위에서 시진핑의 ‘인류 운명공동체’는 한 시대를 넘어, 미래 인류가 나아갈 위대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글/사진: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