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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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2025년 가을, 천년의 고도 경주가 세계의 이목을 다시 한 번 끌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그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의 정상은 따로 또 함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름하여 한중정상회담’. 이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한중 관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였다.

 

양국 관계는 지난 몇 년간 얼어붙어 있었다. 사드(THAAD) 배치 이후 고조된 긴장, 미중 경쟁 속에서의 전략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적 교류의 단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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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악수 장면/이재명FB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궤적을 그려왔다.

 

이번 경주 한중정상회담은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바야흐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양국의 공감대는 분명해 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 회담은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면서 양 정상간 논의된 민생분야 실질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양국 중앙은행간 체결된 통화스왑 계약서 및 양국의 정부 부처간 체결된 6건의 MOU에 대한 교환식이 있었다.

 

발표문에서 포괄적 협력 복원이라는 문구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복원 의지가 곳곳에서 읽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협력의 문을 다시 열고, 문화와 인적 교류를 통해 신뢰의 토대를 재건하겠다고 언급했고, 시 주석 역시 한중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으로서 서로의 발전을 존중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중국 측의 태도 변화는 특히 문화 분야에서 감지된다. 한때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이 사실상 차단되며 한한령(限韓令)’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이 만들어낸 관념적 용어일 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린 정책은 아니었다.

 

시진핑 주석 또 이번 정상 회담에서 그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한령을 푼다는 식의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민간의 활발한 교류를 장려한다는 말 속에 실질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시 말해, 한한령은 행정 명령으로 해제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적 교류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다.

 

실제 중국의 정책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K-콘텐츠 관련 전시, 공연,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재개되고 있다.

 

중국 주요 방송 플랫폼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점진적으로 복귀하고 있으며, 한국 배우와 감독들의 초청 행사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가 열어주지 못한 문을 문화가 다시 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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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이번 한중 정상 회담의 무대이자 상징이었다.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경주는 과거 동아시아 문명의 교류 중심지로서 한중 문화의 뿌리를 공유하는 도시다.

 

불국사와 석굴암, 황룡사의 옛터에 서린 문화적 기억은 양국이 과거를 되새기며 미래 협력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이번 정상 회담이 경주에서 열린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역사의 길 위에서 미래를 설계한다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게다가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은 신중하지만 긍정적인 진전을 보였다. 한중간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실버산업혁신창업분야 협력에 관한 MOU 및 우리 농산물의 중국 수출을 원활히 하는 MOU도 체결했다.

 

특히 ‘APEC AI 이니셔티브채택을 계기로 한국이 제안한 인공지능 협력 플랫폼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기술·산업 협력의 가능성을 넓혔다.

 

이는 한중 경제관계가 단순한 수출입 구조를 넘어, 새로운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국 관계의 진정한 회복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정부 간 합의나 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과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시 주석이 직접 한한령 해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식 발언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자체가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민간이 서로 마음을 열고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중 관계의 다음 단계가 정부 주도의 협력에서 민간 중심의 상호 신뢰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바야흐로 한중 관계는 포스트 경주 시대로 접어들었다. 완전한 회복을 선언하기엔 이르지만, 흐름은 분명히 바뀌었다.

 

정치적 이견이 남아 있더라도 경제적 실익과 문화적 공감대는 양국을 다시 묶는 끈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경주의 한중 정상 회담은 과거를 넘어, 상생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평화, 복원이다.

 

냉정과 온정이 교차하는 국제무대에서, 한중이 다시 손을 맞잡는다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천년의 도시 경주가 그랬듯, 새로운 한중 시대는 과거의 기억 위에 미래의 희망을 쌓아 올리는 여정이다.

 

정치가 닫은 문을 문화가 열고, 경쟁이 만든 거리를 교류가 메운다. 이제부터 진정한 한중 시대가 시작됐다.

 

 

/사진 :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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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leechangho2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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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칼럼] 바야흐로 한중 시대다... 경주 한중정상회담이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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