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과 이익 사이, 기업의 본질을 다시 묻다"
[대한기자신문] 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군자는 의로움을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는 공자의 말이다.
2천5백 년 전의 언어이지만, 지금 이 시대의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침이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변화의 속도가 숨 가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고, 글로벌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요동친다.
이런 시대일수록 ‘의(義)’의 철학이 더욱 절실하다. ‘의로움’은 단순한 도덕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경영 판단의 근본이자,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이다.
공자는 이익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익이 ‘의로움’을 벗어날 때, 그것은 탐욕이 되어 공동체를 해친다고 보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단기적 이익을 좇는 경영은 일시적 성과를 낳을 수 있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신뢰의 붕괴가 뒤따른다.
반대로 ‘의’를 바탕으로 한 경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공자의 경영 철학은 ‘의’를 실천의 중심에 두는 데 있다. ‘의’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마음이자, 공동체의 조화를 지키려는 책임이다.
오늘날 ESG 경영, 윤리 경영,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말들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도덕적 신뢰’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단기적 수익을 위해 환경을 훼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면, 그 기업은 언젠가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
반면, 공자의 ‘의’를 실천하는 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지탱된다. 왜냐하면 그 기업은 이익보다 먼저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신뢰는 시간이 걸려도 결국 최고의 자산이 된다.
공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보거든 그 안에서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
이는 경영자가 결정을 내릴 때 가져야 할 기준이기도 하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 창출이지만, 그 이익이 공정한 과정에서 얻어진 것인지,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는지,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남기지 않았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그 물음이 바로 ‘의’를 경영의 나침반으로 삼는 길이다.
‘의로운 경영’은 때로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원가를 아끼기보다 안전을 강화하고, 단기 성과보다 직원의 성장에 투자하는 일은 당장의 이익을 줄인다. 그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공자는 의이위상(義以為上)이라 했다.
모든 판단의 첫 자리에 의로움을 두라는 뜻이다. 기업이 이 정신을 실천한다면,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경영자는 단지 이익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가치와 신뢰를 지키는 지도자여야 한다.
조직의 방향은 결국 리더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리더가 ‘의’를 중심에 두면 구성원은 신뢰를, 고객은 감동을, 사회는 존경을 보낸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완성이다.
공자는 “정치는 덕으로 하는 것이다.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고 했다.
이를 경영에 대입하면, ‘경영은 의로 하는 것이다’라 할 수 있다.
윤리와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시대, 공자의 ‘의’는 다시금 경영의 좌표를 정렬하게 한다.
기업은 단지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라, 사회의 신뢰를 구축하는 공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이익을 위한 의’가 아니라, ‘의를 위한 이익’이다.
즉, 의로움이 이익을 낳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기업은 단순한 경제 주체를 넘어, 사회적 신뢰의 등불이 된다.
지금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도, 더 큰 자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의로움을 따르는 용기’다.
공자가 던진 이 한마디가 오늘의 기업과 사회에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군자는 의로움을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
이제 기업의 미래는 그 선택 위에 달려 있다. 이익을 좇을 것인가, 의로움을 따를 것인가.
답은 이미, 2천 년 전 공자가 남겨두었다.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교 겸직교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