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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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남빵 한 상자에 담긴 한국과 중국의 우정, 문화의 향기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31,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대표단에게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닌, 오랜 전통과 정성을 간직한 이 작은 빵 한 상자에는 한중 양국의 깊은 인연과 문화적 상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황제가 사랑한 간식이라 불릴 만큼 품격과 역사를 지닌 황남빵은 1939년 경주 황오동의 작은 제과점에서 시작됐다. 경주 최씨 가문의 후손이었던 창업자는 천년 고도의 정취를 담아 왕이 먹을 수 있는 정직한 빵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그 맛과 전통을 지켜왔다. 얇은 밀피 속에 단팥소를 가득 채운 단아한 형태는 마치 신라의 미학을 닮았고, 한입 베어물면 달콤함 속에 깊은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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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달 31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대표단에게 황남빵을 선물했다고 밝혔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황남빵을 선물한 것은 단순한 기념품 교환의 차원을 넘어선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것은 정성의 외교’, 즉 마음을 전하는 품격 있는 소통의 상징이었다.

 

황남빵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정직함과 꾸준함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 이는 한중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닮아 있다. 겉으로는 경쟁과 갈등의 구도가 존재하지만, 속으로는 오랜 시간 쌓아온 교류와 상호 신뢰의 뿌리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 선물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는 후일담은 상징적이다. 그는 평소 역사와 전통에 깊은 의미를 두는 지도자다. 한국의 천년 수도 경주에서 태어난 황남빵은 그에게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향기를 품은 한국의 진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중 양국이 정치·경제적 현안을 논의하던 공식 자리에서조차, 이런 따뜻한 정성은 마음의 문을 여는 또 다른 외교의 품격이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중요한 계기였다. 그 자리에서 황남빵은 작지만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것은 작은 선물이 큰 신뢰를 만든다는 외교의 기본을 다시금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글로벌 경제의 파도가 거세질수록, 국가 간 관계는 점점 더 세밀한 감성과 문화적 이해 위에서 유지된다. 황남빵은 바로 그 문화외교의 디테일을 상징한다.

 

또 황남빵의 의미는 단순히 전통 음식의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학을 전한다. 겉은 단정하고 속은 따뜻한 이 간식은 겸손한 품격의 한국적 미덕을 표현한다.

 

인위적인 화려함 대신 진심으로 다가가는 방식,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한국을 사랑하게 만드는 문화의 힘이다. 이번 선물은 한중 간의 상호 존중과 평화적 협력의 메시지를 담은 달콤한 외교였다.

 

한편, 중국은 차 문화와 과자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시진핑 주석에게 황남빵은 중국의 월병(月饼)이나 전통과자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로의 전통 속에서 유사한 감성과 정서를 느낄 때, 정치적 거리감은 자연스레 좁혀진다. 문화는 언어보다 강한 외교의 수단이다. 황남빵은 바로 그 다리를 놓았다.

 

더 나아가 이번 선물은 한국 지방의 문화자원을 외교무대에 올려놓은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지역의 브랜드가 국가의 품격을 상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경주가 품은 역사와 문화, 그 속에서 태어난 황남빵은 한국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증명한다.

 

세계가 한국을 단순한 경제 파트너가 아닌, 문화적 신뢰의 나라로 바라보게 하는 데 이만한 외교 아이콘도 드물다.

 

황제가 사랑한 간식이라는 이름처럼, 황남빵은 시간과 정성을 넘어선 인간적 교류의 매개체가 되었다. 달콤함 속에 깃든 따뜻한 마음은, 국가 간의 냉철한 전략보다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물 외교는 겉으로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황남빵 한 조각에는 한국의 역사와 예의, 그리고 우정이 함께 구워져 있다.

 

한중 양국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길목에서,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문화의 외교였다.

 

결국 외교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일이다.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한 조각의 빵이 만들어낸 따뜻한 온기는 그 어떤 정치적 합의문보다 오래 남는다.

 

황남빵이야말로 오늘날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진심으로 전하고, 따뜻하게 연결하는 품격의 외교를 보여준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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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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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황제가 사랑한 간식, 외교의 품격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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