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흐르며 차체는 낡고 엔진은 거칠어졌지만, 그 안에는 시간으로 다듬어진 정과 신뢰가 쌓여 있었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스피치로 전국을 누비던 세월...,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대의 렉스톤이 있었다.
2008년 4월 17일, 새 차의 향기와 함께 첫 시동을 걸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로부터 17년 10개월 18일,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며 328,564km의 여정을 함께 했다.
그 길에는 수많은 강연장, 뜻깊은 만남, 그리고 묵묵히 함께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렉스톤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때로는 쉼터였고, 때로는 사색의 공간이었다.
폭우 속에서도, 눈 덮인 고속도로에서도 한결같이 묵묵히 나를 실어 나르던 그 차는 말없이 나의 여정을 지탱해준 진정한 동반자였다.
세월이 흐르며 차체는 낡고 엔진은 거칠어졌지만, 그 안에는 시간으로 다듬어진 정과 신뢰가 쌓여 있었다.
이제 그 렉스톤은 긴 여정을 마치고 고철로 돌아간다. 한 시대의 기억이, 한 사람의 길과 함께 마감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순환’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쇠가 다시 쇠로 돌아가듯, 삶의 여정도 그렇게 이어진다.
17년의 무사고 기록은 단지 운전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매 순간에 깃든 ‘성실’과 ‘책임’의 결실이었다.
그 차와 함께 달리며 나는 배웠다. 인생의 길도 운전과 같다.
조급함보다 신중함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 오래된 렉스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돈다.” 세월의 먼지를 뒤로한 채 떠나보내지만, 그와 함께 달렸던 기억은 내 인생의 길(65세) 위에서 여전히 따뜻하게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