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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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는 말하는 자유가 아니라, 듣는 의무로부터 성숙한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말은 세상을 움직이지만, 세상을 품는 것은 듣는 마음이다. 듣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헤아리는 내면의 공감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대화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말하기에만 능숙하고 듣는 법에는 서툴다. 진정한 소통은 말의 수사보다 귀 기울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듣는 마음은 관계의 기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공동체에서 불화가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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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고, 자신의 판단으로 덮어버리는 순간, 대화는 단절된다. 듣는 마음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세계에 들어가려는 존중의 표현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들을 수 있을 때, 인간관계는 비로소 단단해진다.

 

정치에서도 듣는 리더십은 중요하다. 진정한 지도자는 지지자의 환호보다 비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다.

 

듣지 않는 권력은 결국 민심에서 멀어지고, 소통을 잃은 정치는 고립된다. 최근 세계 각국의 리더십 위기 역시 대화보다 독백이 많아진 정치문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민주주의는 말하는 자유가 아니라, 듣는 의무로부터 성숙한다.

 

듣는 마음은 또한 타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자기 성찰의 통로이기도 하다. 타인의 말 속에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편견을 발견한다. 듣는다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다. 경청은 지혜로 가는 문이고, 공감은 그 문을 여는 열쇠다.

 

현대 사회는 말이 넘쳐난다. 수많은 정보와 주장, 감정이 하루에도 수천 번씩 쏟아진다. 그러나 이럴수록 듣는 기술이 절실하다. SNS의 짧은 글과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외치지만,

 

그 안에 진심으로 듣는 이는 드물다. 경청 없는 소통은 소음에 불과하다. 듣는 마음이야말로 혼란한 시대의 질서를 세우는 가장 조용한 힘이다.

 

심리학에서는 공감적 경청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층위까지 함께 느끼며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 네가 그런 마음이었구나.”라는 한마디는 논리적 반박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들어주는 공동체야말로 건강한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도 듣는 마음은 필요하다. 변화와 경쟁이 치열한 시대일수록 자기 주장에 집중하기 쉽지만, 진정한 리더는 먼저 듣는 법을 안다.

 

듣는 태도는 겸손의 다른 이름이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도, 사람을 움직이는 감동도 결국 타인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길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듣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 말보다 마음을 읽어주는 일, 그것이 진정한 이해의 출발점이다. 듣는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뜻이다.

 

말보다 귀가 더 큰 사회, 주장보다 공감이 앞서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듣는 마음이야말로 이해의 시작이며, 이해는 곧 평화다.

 

글쓴이 |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긍정의 온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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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leechangho2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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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청은 지혜로 가는 문이고, 공감은 그 문을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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