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PEN번역문학상을 제정하며
“한국문학의 세계를 향한 첫 관문은 번역”이라는 여성번역가의 첫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번역의 중요성은 늘 화두처럼 생각하는 문제가 아닌가. 사)국제PEN한국본부에서 주최한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지난 10월 17일 성황리에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한글문학, 전환기에 서다’였다. 주제1에서는 한글교육, 한글예술, 한글산업, 주제2에서는 한국문학의 다양성 탐색, 주제3에서는 한글문학 세계화의 길과 방향성에 대해 논하였다. 셋째 날, 주제3 중 일본문학번역가인 한성례 교수가 번역을 통한 한국문학의 위상제고 전략을 발표하였는 바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학작품일지라도 번역을 잘해야 원작이 산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은 또다른 창작이다. 뛰어난 문학작품이 우수한 번역자를 만나 가독성 있는 번역문으로 재탄생해야만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발표자의 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지를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이다. 일본의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제이 루빈, 한강을 세계에 알린 데보라 스미스 같은 위대한 번역가를 만나는 행운을 잡는 일이 우리 작가들에게 요원한 일일까. 현재 우리나라 번역계의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실력 있는 번역가 양성과 다양한 경로로 번역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만 먹고 사는 일이 몇몇 알려진 작가들에게만 가능한 이런 사회적인 인프라에서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고, 해외에서 출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5년 1월부터 10월 15일까지 관람객수가 500만을 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는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쾌거라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비롯한 K-Pop, 한복, 한국음식, 한국영화, 그리고 요즘 전 세계의 아이들까지도 방방 뛰게 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는 이때, 우리 문학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외국의 서점과 도서관에 한국문학 코너가 생기도록, 외국의 대학에 한국문학 전공이 그 수를 불려나가도록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에 작가들은 목이 마르다. 우리 작가들이 마음 놓고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창작지원금을 늘리고, 각종 문학상에 번역의 기회를 주고 해외 서점과 도서관까지 작품이 깔릴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부산PEN도 번역을 통한 한국문학의 위상 제고가 필요함을 통감하고 올해부터 부산펜번역문학상을 제정하여 제1회 수상자를 내게 되었다. 어떤 외국어라도 최초의 언어인 모국어를 넘어설 수 없기에 번역활동의 어려움이야 말이 필요 없는 고난도의 창작활동이지만, 지속적으로 번역활동을 계속해 온 번역가를 발굴하여 수상자를 내게 되니 범세계적 문학단체로서 세계 145개국, 154개 센터를 가진 국제PEN(International PEN)의 일원인 부산PEN으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다. 수상자인 권대근 번역가(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수필의 수준은 세계적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지금까지 영문번역집 6권을 발간하였다. 문학작품 번역은 단지 영어를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문학을 이해하고 창작할 수 있는 번역가가 가장 멋진 번역을 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영문번역가이기에 그의 번역작업에 거는 기대는 크다. 부산펜문학의 작품들도 번역본을 함께 실을 수 있는 기획을 하면 바람직할 것이라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를 복기해 본다. 부산펜 시화전, 시화집 발간, 시화 도슨트 투어, 남해문학기행, 문학세미나, 세계한글작가대회 부산대표단 참가를 마쳤고, 부산펜문학상 시상과 부산펜문학 발간, 출판기념회 및 총회로 마무리될 것이다. 시화 도슨트 투어라는 획기적인 기획, 주제가 있는 문학기행과 수준 높은 문학세미나로 회원들의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였고, 세계한글작가대회에 대거 참가하여 부산PEN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부산pen번역문학상을 제정함으로써 국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킬 수 있게 됨을 회장으로서 큰 보람이라 여긴다. 우리의 번역 환경도 앞으로 분명 나아질 것이다. 번역가에게 선택될 수 있는 작품, 외국인들도 감동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우리 작가들의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터이다.
▼ 송명화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계간 에세이문예로 평론 등단, 수필집 <꽃은 소리내어 웃지 않는다>, <순장소녀>(세종도서), <사랑학개론>, <에세, 햇살 위를 걷다>, <사유한다는 것은>,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 창작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설총문학상, 연암박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우하박문하문학상, 평사리문학상 대상, 신격호샤롯데문학상 외 다수, 에세이문예 주간(2004년부터~)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