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큐가 한 자리냐"는 조롱을 내뱉던 입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다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이 후보자는 자문해봐야 한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이재명 정부의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의 행보가 시작부터 거센 풍랑을 만났다.
KDI 연구위원 출신에 3선 의원을 지낸 '경제통'이라는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개된 과거 보좌진을 향한 '폭언 녹취'는 공직 후보자의 인격적 결함이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 언어의 난폭함, 리더십의 균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17년 당시 녹취록은 충격적이다.
인턴 직원에게"IQ가 한 자리냐",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식의 폭언은 단순한 훈계를 넘어선 인격 살인에 가깝다.
기획예산처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예산을 짜고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다.
이곳의 수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고압적인 권위가 아니라, 정교한 설득과 경청의 리더십이다.
부하 직원을 도구화하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는 태도는 조직의 사기를 꺾고 소통을 단절시킨다.
특히 평소 '경제 민주화'와 '약자 보호'를 외쳐온 그의 저서 내용과 대비될 때,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실수'가 아니라 공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잠재적 리더십 리스크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 '경제 전문가'라는 방패, 실질적 국정 능력은?
정부 측은 이 후보자의 '전문성'을 입각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다.
실제로 그는 재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국회 예결위 간사와 기재위원을 거치며 보여준 예산 심의 능력과 거시 경제에 대한 통찰력은 부정하기 어렵다.
국가 중장기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에 그의 전문성은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논문이나 의정 활동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획예산처는 정치권과 관료 사회, 국민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정 기관이다.
자신의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해 폭언 논란을 빚은 인물이, 수백 조 원의 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부처 간의 첨예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중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 '통합'과 '실용'의 아이러니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합과 실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정당 출신 인사를 파격 발탁함으로써 진영 논리를 깨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가치가 '품격'의 부재를 덮어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도덕적 흠결이 뚜렷한 인사를 통합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인사 검증의 기준을 스스로 낮추는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크다.
■ 입각의 적정선, 국민의 눈높이에 있는가
장관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국민의 혈세를 다루는 자리는 실력만큼이나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인격적 그릇이 요구된다.
"아이큐가 한 자리냐"는 조롱을 내뱉던 입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다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이 후보자는 자문해봐야 한다.
전문성은 보좌진의 도움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인격적 성숙도는 타인이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다.
이혜훈 후보자가 기획예산처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기에는, 그가 과거에 남긴 언어의 상처가 너무도 깊고 날카롭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격적인 '발탁'이 아니라, 공직자의 품격에 대한 엄격한 '재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