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일본을 단순히 ‘과거의 가해자’로만 묶어두지 않고,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책임 있는 파트너’로 견인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대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에 한중정상회담은 지난 몇 년간 얼어붙었던 동북아 외교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다.
‘가치 외교’라는 명분 아래 한쪽으로 쏠렸던 외교의 무게중심을 다시 ‘국익’과 ‘실용’이라는 균형점으로 옮겨 놓은 결과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장기간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경제 협력의 재가동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며 복원 궤도에 오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향한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한중 관계의 해법이 ‘경제 실용주의’였다면, 한일 관계의 열쇠는 ‘과거사의 직시’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정교한 병행에 있다.
◈ 굴종적 관계 넘어선 ‘대등한 파트너십’의 구축
이전 정부의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도외시한 채 서두른 ‘양보 외교’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면,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는 보다 단단하고 주권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하거나, 역사 왜곡에 침묵하는 대가여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동시에, 첨단 산업 공급망 구축과 기후 위기 대응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을 단순히 ‘과거의 가해자’로만 묶어두지 않고,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책임 있는 파트너’로 견인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다변화 외교
한중 관계의 회복은 한일 관계에서도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주변국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적 자율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일 간에는 수출 규제 조치의 완전한 철폐와 지소미아(GSOMIA)를 넘어서는 실질적 안보 협력의 진전이 과제로 남아 있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한 축인 일본과의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자칫 동북아의 진영 대립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 경직된 이념 아닌 ‘국민 삶’을 위한 외교
외교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실용의 미학’이 한일 관계에서도 발휘되길 기대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단순히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들의 일본 진출 확대, 청년들의 교류 활성화, 그리고 수산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 도출로 이어져야 한다.
한일 관계의 미래는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당당한 주권 국가로서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동북아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담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에 매몰된 외교가 아니라 철저히 국익에 기반한 ‘유연한 외교’다.
한중 정상회담의 성공이 한일 관계의 훈풍으로,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정부는 이번 외교적 성과가 국내 정치적 선전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익으로 치환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