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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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갈등이 세대 충돌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글은 청년과 중장년의 불안이 어떻게 하나의 구조에서 동시에 만들어졌는지를 분석한다.

[대한기자신문 김한준 논설위원장] 청년과 중장년이 동시에 불안해진 사회는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취업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더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흔들린다고 호소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제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전체의 불안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겉으로는 세대 간 이해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같은 구조 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청년에게 노동시장은 진입 자체가 불확실한 공간이 되었다. 학력과 스펙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안정적인 첫 일자리에 도달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취업 준비 기간은 길어졌고, 첫 직장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은 과거보다 떨어졌다. 반면 중장년에게 노동시장은 퇴로가 없는 공간이 되고 있다. 연금 수급 이전의 소득 공백은 여전히 크고, 조기 퇴직 이후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두 세대의 불안은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되지만, 그 뿌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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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박사 【평생교육학, 송곡대학교 객원교수】

 이 불안이 세대 갈등으로 전환되는 지점에는 정책의 공백이 자리한다. 국가는 오랫동안 청년 고용과 중장년 고용을 분리된 문제로 다뤄 왔다.

 

청년에게는 채용 확대를 약속하고, 중장년에게는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그렇게 나뉘어 작동하지 않는다. 한쪽을 건드리면 다른 쪽이 흔들리는 구조에서 부분적 처방은 갈등만 키웠다. 세대 갈등은 정책 실패가 외부로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특히 연공형 임금체계와 평생직장을 전제로 한 정책 틀은 현실과 점점 더 어긋나고 있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그 결과 청년의 진입은 늦어진다.

 

동시에 중장년은 숙련을 활용할 경로를 찾지 못한 채 불안정한 일자리로 밀려난다. 청년과 중장년이 동시에 패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갈등의 원인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부재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세대 간 양보가 아니라 이동 경로의 부재다. 노동시장이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버티는 구조로 설계된 한, 어느 세대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오래 일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논쟁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이동하고 전환할 수 있는지를 제도로 만드는 일이다. 청년과 중장년의 불안은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설계되지 않은 노동시장이 보내는 공통의 경고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과 고용 불안은 단순한 경기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첫 진입 단계에서 안정적인 경로가 사라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단기 계약과 반복적인 이직,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초기 경력으로 고착되면서 노동시장의 출발선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반대로 중장년층은 숙련과 경험을 축적하고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환 통로를 찾지 못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연령이 비용으로 인식되고, 조직 밖에서는 나이가 진입 장벽이 된다. 이로 인해 중장년의 노동은 조기 배제와 저평가의 위험에 노출된다.

 

국가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청년 고용 대책은 일시적 채용 확대나 보조금 중심으로 반복되었고, 중장년 정책은 정년 연장이나 재취업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노동시장의 생애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기보다, 문제를 세대별로 쪼개 대응해 온 셈이다.

 

그 결과 한쪽의 정책은 다른 쪽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설이 반복되었다. 지금의 세대 갈등은 서로의 몫을 빼앗으려는 경쟁이 아니라, 이동과 전환을 설계하지 못한 정책이 만들어낸 구조적 마찰이다. 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갈등은 더 날카로운 형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을 방치할 경우 노동시장의 불안은 세대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전가된다. 청년의 지연된 진입은 생산성과 소비를 약화시키고, 중장년의 불안정한 퇴출은 숙련의 단절로 이어진다. 이는 특정 세대의 손해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약화라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적 과제다.

 

 

/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인생3모작 전문가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LH인재개발원 미래설계지원센터장, 국토교통인재개발원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보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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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세대 불안이 구조적으로 겹쳐진 이유를 분석한다.

[대한기자신문] 초고령사회, 노동을 다시 설계하다 (1편) 초고령사회 노동 갈등, 해법은 정년이 아니라 ‘이동 설계’이다

김한준 논설위원장 기자 kcunews@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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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김한준의 시론] 초고령사회, 노동을 다시 설계하다 (2편) 청년과 중장년은 왜 동시에 불안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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